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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에서 말하는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의 유래에 대하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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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에서 말하는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의 유래에 대하여

Hurss 2021. 12. 2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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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교육 한문 교과에서는 다른 일반 교과와 언어 교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래 구절이 등장한다.

선인들의 삶과 지혜를 이해하고 건전한 가치관바람직한 인성을 함양하며, 전통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지닌다. (교육부, 2015 개정 교육과정 / 교육과학기술부, 2009년 개정 교육과정 / 교육인적자원부, 2007년 개정 교육과정)

선인들의 삶과 지혜를 이해하고 건전한 가치관바람직한 인성을 함양한다. (교육부, 제7차 교육과정)

먼저 ‘건전한 가치관’에 대하여 알아보자. ‘건전한’이라는 기준은 1)유교적 기준(주자학 이외에 사문난적으로 분류되는 기준에 따른 것)에서인지, 2)전근대적 시대(고려, 개화기 이전 조선)의 관습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3)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 인권을 건전함의 기준으로 잡은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4)한국의 개신교 우파 세력에서 말하는 ‘성경적 교리와 질서에 따라, 창세기와 레위기 등 성서무오설에 기반한’ 것인지에 대한 혼동의 여지가 있다. 이 ‘건전한’이라는 표현이 2015년 교육과정이나 2009·2007년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제7차 교육과정을 제정한 1997년부터 거의 토씨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전해져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바람직한 인성’도 1) 유교적, 특히 주자학적 질서에 기반한 인성을 기준으로 이 틀에서 벗어나면 사문난적으로 간주되는 것인지, 2) 유교 성리학의 틀에서 정의하는 인성을 말하는 것인지, 3) 인류의 보편적 도덕과 윤리에 기반한 인성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한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문 교과서 자체가 어떠한 집필기준을 갖고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각종 문헌들을 찾다가 (현재 구하기 어려운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2종 교과용 도서 집필상의 유의점(고등학교)’(교육부, 1999)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 다음 논문을 발견하였다.

김왕규, “초등학교 학교재량시간 교육과정에 따른 초등학교 한문교육,” 『교육과정평가연구, 제2권 (1)호 (1999), pp.113-138.


해당 문헌에서 필자는 초등학교의 한자·한문교육은 국한문혼용과 관점을 달리해서 고전 문화의 계승, 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p.121), 초등학교 한문교육 및 목표를 잠정적으로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 초등학교 교육용 기초 한자의 음과 뜻을 바르게 알고 쓸 수 있다.
• 초등학교 교과에 나타난 한자어의 음과 뜻을 바르게 알고 쓸 수 있다. (각주 20: 초등학교 교과에 쓰인 한자어를 필자는 우선 초등학교 교육용 필수 한자어라고 잠정적으로 규정한다.)
• 한자와 한자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혀, 이를 다양한 언어 사용 상황에서 활용 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정확하고 효과적인 한자 및 한자어 사용의 원리와 적용 양상을 익혀, 한자 및 한자어를 활용한 다양한 유형의 학습 자료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사상과 감정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한자·한자어와 이를 활용한 학습 자료를 통하여 선인들의 지혜와 사상을 익히고, 이를 통하여 건전한 가치관바람직한 인성을 함양할 수 있다.
• 한자·한자어와 이를 활용한 학습 자료를 통하여 초등학생 수준에서 한국 고전 문화 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필요한 기본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한자·한자어와 이를 활용한 학습 자료를 통하여 초등학생 수준에서 한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한자 문화권의 이해 증진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p.125)

2021년 현재 쓰이고 있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나, 지난 2009·2007년 교육과정, 제7차 교육과정을 톺아볼 때, 위 내용에서 ‘초등학생’ 대신 중·고등학생으로 치환해 보면 중등교육 수준의 교육과정 및 목표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제7차 교육과정 제정 당시 잠정적으로 만들어진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이라는 표현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롭게 연구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관련 문헌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송병렬, “한문과 교육과정에서 ‘전통적 가치관’ 수용 양상,” 『漢字漢文敎育』, 제1권 (44)호 (2018), pp.17-37.
임동헌, “한문과 정의적 특성 평가의 성과와 과제,” 『漢字漢文敎育』, 제1권 (25)호 (2010), pp.263-293.
허훈, “고등학교 한문I교과서 ‘한문의 활용’ 영역 비교 연구,” 조선대학교 교육학 석사(한문교육전공)학위논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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