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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암집 만덕전의 이체자 ⿰足貞(U+2E6F6)에 대한 고찰 본문

한자와 한문/전산화, 표준화

번암집 만덕전의 이체자 ⿰足貞(U+2E6F6)에 대한 고찰

Hurss 2020. 6. 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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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한국고전번역원에 직접 문의하여 해당 이체자를 수정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거상 김만덕이 나오는 것으로 잘 알려진 만덕전(萬德傳)의 출처는 채제공이 지은 번암집(樊巖集)이다.

번암집 원문은 한국고전종합DB에 실려 있으며, 이 중 만덕전은 권55의 전(傳) 마지막에 위치해 있다.

(전문 및 번역은 이곳 참조)

한문 교과서의 만덕전 내용을 보면 흔히 (중략)이니 중략(重略)이니 해서 세부 내용을 흐리뭉덩해서 알 수 없게 해 놓으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수준이 너무 어려워서 내용을 줄이려고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후반부에 가다가 만덕이 임금의 명으로 한양에 올라가는 내용이 나온다. (그 후 금강산을 둘러보다 한양으로 돌아와 의녀가 되고 이후 채제공을 만나는 부분이 나옴)

이 때 갑자기 생전 처음 보는 한자 ⿰足貞 (𮛶 (U+2E6F6); 足+貞) 이 나오면서 해당 구절을 해석하려는 이들을 당황케 한다.

上命如其願。官給舖馬遞供饋。萬德一帆⿰足貞雲海萬頃。以丙辰秋入京師。

궁금해서 원문을 찾아보니 해당 한자는 왼쪽이 足인데 오른쪽은 卓 내지 桌의 아래 세로획이 빠진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단 그림 첨부)

번암집 권55 만덕전에 나온 이체자 ⿰足貞

 

여기서 萬德一帆⿰足貞雲海萬頃 의 한자 ⿰足貞가 踔(멀 탁)이 맞다면 "만덕은 한 배로 만 경이나 되는 운해를 넘어갔다"로 풀이할 수 있다. 踔은 "멀다" 외에도 "넘어가다"라는 뜻도 있는데, "멀다"는 강희자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어사전

chuō
1. 跳,跳跃 (뛰다)
2. 超越 (초월/넘어가다)

강희자전

【唐韻】丑敎切【集韻】【韻會】敕敎切,𠀤音䮓。【說文】踶也。【註】徐曰:踶亦當蹋意。(뛰다)
【廣韻】【集韻】【韻會】𠀤敕角切,音逴。【註】踔,高遠也。(멀어지다)

 

해당 이슈에 관하여 한국고전번역원에 메일로 오류 문의를 해 본 결과, 금일 오후에 해당 의견이 타당하다고 판단, 萬德一帆⿰足貞雲海萬頃 를 萬德一帆雲海萬頃 로 수정하였다고 알려주었다.

문헌에서 이체자가 형성되는 방식은 대개 필사, 약자 및 간자 혼동, 한자 잘못 쓰기, 잘못된 인쇄 등의 영향으로 생길 수 있는데, 이번 번암집 만덕전의 한자도 이러한 예시일 수 있겠다.

후기 (2021/06)

踔이 영인 또는 인쇄 미스로 ⿰足貞(𮛶)와 같이 인식된 모습 (붉은 원)

열람이 가능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번암집 원문 영인본(한국문집총간 간행)을 열람할 기회가 생겨, 문제의 부분을 확인해 보았는데, 원문 인쇄 오류 또는 영인 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원인으로 보여 ⿰足貞(𮛶)처럼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足貞(𮛶)이 踔의 와자(訛字)인 근거로 입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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